중국에서 살았던 하문(厦门)이란 곳은 도시명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남단에 위치한 굉장히 무더운 곳이다. 한 여름이면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끔찍한 습도와 더해져 말그대로 지글지글 타오르는 날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이제는 어디가 어디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높은 마천루들이 가득한 곳이 되어버린 ‘중산루’, 오늘 우연히 그 곳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을 찾았다. 사진 폴더명을 보니 2005년 7월 24일에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이 촬영된 그 순간은 아직도 내 기억에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사진에서는 그 뜨거웠고 불쾌했던 기온과 습도가 느껴지지 않지만, 사진을 보자마자 난 그 날의 그 뜨거웠던 태양과 지열의 고통이 되살아났다.

무더웠던 일요일 오후, 40여분을 걸었을까 살이 타들어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쯤되니 모처럼 쉬는 휴일 괜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짜증에 건물 한켠 삐죽하게 드리워진 작은 그늘 아래 털썩 앉아 버렸다. 바람 한점 없는 그늘에 앉아 있으니 이내 얼굴부터 시작해 온몸이 후끈후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를 앉아 있었을까, 저 멀리 한 남자 아이가 자신보다 크고 무거워 보이는 자전거를 타고 무엇을 배달하는지, 그 뜨거운 거리를, 아니 그 뜨거운 불구덩이 속을 지나는 것이 보였다. 순간 그 아이를 불러 세워 시원한 물이라도 한 병 사서 건네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마음과는 달리 나는 무의식적으로 사진기를 들어 촬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마음은, 그저 그 아이를 부르는 대신,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향한 변명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뜨겁게 달궈졌을 철제 자전거를 타고 내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빠른 속도로 작아지던 그 아이의 모습은 마치 그 뜨거운 열기에 조금씩 녹아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했다.

내 기억에만 고스란히 담겨진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사진을 찍으며 항상 느끼는 일방적 고독의 지점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