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용하던 수동 카메라를 오랜만에 꺼내어 들었다. 렌즈를 떼어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본체 곳곳을 닦아주었다. 렌즈를 개방하고 창을 향해 렌즈안에 먼지나 곰팡이가 있는지 확인을 했다. 생각보다 깨끗한 상태다. 렌즈를 본체에 다시 연결하고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간다. 어둡고 작은 공간에 흐릿한 세상이 보인다. 초점링을 돌려 초점을 맞추니 밖의 세상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온전히 나와 마주한 세상이 그 작고 어두운 공간에 존재한다. 침묵이 흐르고 셔터에 올린 손에 온 정신이 집중된다. 호흡도 멈춰있다. 공셔터를 누른다. 순간 셔터가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닫혔다 열린다. 내가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는 순간이다. 때론 내가 바라보는 렌즈 속 크기의 세상만큼이 내가 아는 전부이면서 또 내가 모르는 전부이다. 그렇게 생각이 든 이후로 내가 찍은 사진으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누군가가 내 사진을 보며 느낄 각자의 해석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전문 사진가도 아니고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처지도 아니었으니 지나친 부담이었고, 우려였다. 그래도 그 생각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어느덧 사진기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왔고, 이제는 각 종 스마트 휴대기기로 사진을 찍게 되면서 이러한 고민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찍고 지우면 그만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벼이 사진을 올리면 그만이었다. 한 컷을 찍기위해 다리품을 팔고 또 팔지 않게 되었고, 사진 한장을 찍기 위해 무수히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사정에 귀기울여야했던 일들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촬영이 잘못되면 다시 돌릴 수 없으니, 매 순간 신중하고 진중하게 찍던 찍기는 이제 사치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의 마음도 지울 수 없다.

스마트폰을 뷰파인더에 가져가본다. 디지털의 눈으로 아날로그의 창을 바라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