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마시고 남은 와인이 있어 한잔을 가득 따르고 일전에 사두었던 정어리 캔을 곁들여 함께 마시고 있다. 판도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toots thielemans의 하모니카 연주가 흐른다. 갑자기 찾아온 이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소리다. 그래, 언제 그런 더위가 있었냐는 듯, 불쑥 찾아온 가을에 심취해 있었더니 어느새 9월이 코 앞이다. 이렇게 한 계절이 또 바뀌는구나 싶어 고개를 들어보면, 저 멀리에 있어 보이지 않던 일년의 끝자락을 누군가 있는 힘껏 당겨서는 툭,하니 내 발 앞에 던져두고는-그것도 아주 무심히- 나 몰라라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어리둥절한 기분이다. 4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오니, 건방진 소리가 아니라, 일년이 지나는 속도가 익숙함을 지나 이제 식상하다. 그 반복되는 흐름이 익숙하니, 시간은 상대적으로 빨리 흐른다. 하지만, “시간 한번 정말 빠르네”라는 사람들의 시쳇말 같은 투덜거림과는 달리, 난 이런 상대적인 속도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 게다가 그렇게 식상한, 마치 습관과 같은 말을 뱉어내는 일처럼 힘겨운 일도 없지 않을까.

요즈음은 무엇을 하더라도 천천히 생각하고, 애써 힘을 주지 않고 움직이려고 한다. 그것이 가져다 주는, 무엇을 해도 지나침이 없는 간결함이 좋아지고, 편안하다. 가을이 왔으니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기면 되고, 12월이 오면 새해를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왜 난 육고기 보다 해산물에 레드 와인이 더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