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수없이 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그 정보의 많은 부분이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임을 우리는 알고 있고, 그 시각으로 처리되는 대부분의 정보 중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우선 순위에서 누락이 되거나, 보편적으로 이야기하는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깊이에 놓이게 된다. 소위, 메모리의 효율적인 관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선은 가끔 내가 보려했던 ‘의도’적인 것, 그 주변의 무엇인가를 ‘우연’하게 마주하게 하고, 그 ‘우연’의 마주침은 어딘가 깊숙하게 누락되어 보관되어 있던 어떤 기억의 한 조각을 끌어내어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사진을 찍는(촬영하는) 일은 기록이라는 표면적인 행위와 더불어, 내 깊숙히 어딘가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경험들을 만나고 끌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만큼, 내가 기억하는 만큼이라는 이야기는 그저 내가 인지하는 영역의 것으로 국한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까지로 그 경험과 기억의 영역은 닿아있다고 할때, 사진이라는 행위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의식의 어딘가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한 셈이다.

그래서 이런 행위를 통해 끄집어내는 의식적이거나, 혹은 무의식적인 영역의 이미지는 소위 그 사람만이 가진 ‘색깔’이라는 말로 응축되어 표현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진짜와 가짜의 구별은 절대 ‘애매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을 적확하게 설명하기에는 ‘애매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그저 지나치는 일이 익숙한 저 너머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