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푸드라는 작은 문구가 눈에 띄던 곳. 자리에 앉자 직원이 메뉴판을 보여주며, 이곳 음식의 양은 일반적인 식당의 반 정도라는 설명을 한다. 양을 줄였으니, 당연히 음식들의 가격이 꽤 저렴했고 여러가지를 부담없이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여느 식당에 가면 메인 디쉬의 경우 2인분 이상을 시켜야 주문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항상 남기거나, 다른 음식을 더 주문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포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방문한 식당의 이런 방침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물론 이런 방침이 주방 운영에는 꽤나 번거로움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번거로움 따위는 감수하겠다는 고집이 저 슬로우 푸드라는 그들의 문구로 다시 상기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규모를 통해 적정한 가격과 좋은 퀄러티의 서비스를 하는 비지니스에 관심이 많다. 규모를 통한 성장이 아닌, 적정한 규모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고집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 말이다.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 중소 규모의 비지니스들이 시장에 더 많이 자리할때, 우리는 좀 더 개성이 있는 다양하고 즐거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를 통해 시장은 더욱 활기찬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래전부터 이런 비지니스들을 찾아가 운영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곳에서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이것 저것 먹고 싶은 음식을 여럿 주문을 하고 식당 곳곳을 둘러본다. 시선을 돌리다가 자리한 테이블 옆 창 밖으로 놓인 빨간 꽃이 눈에 들어왔다. 깡통 화분에 심어놓은 꽃은 눈부셨다.

이 곳에 앉아 있으니, 모든 것이 느려졌다.

 

식당정보

Somorrostro

Carrer de Sant Carles, 11, 08003 Barcel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