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을 처음 가보았을때가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싶다. 그때 그 첫 방문 후로 인사동은 서울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그곳을 드나든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러다보니 피마골에서부터 낙원상가까지 인사동을 지나 안국역을 건너 북촌과 삼청동까지의 곳곳에 20년이란 시간동안 겹겹이 쌓인 추억들이 거리와 수많은 골목길에 소복하다. 이제는 사라진 곳도 있고, 아직도 20년지기인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곳도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은 ‘이별’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일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진 곳들이 있지만 그래서 아쉽기도 하지만 어쩐지 ‘이별’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건 우리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들이 인사동, 그 길 자체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우리에게서 사라진 것은 어떤 술집일 수도 있고, 즐겨찾던 밥집일 수 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은 오래된 사진앨범 속에 있었던 사진들 중 잃어버린 몇장의 사진일 것이고, 인사동이란 앨범이 아직 내 손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상실감을 덜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그래서 시간이 갈 수록 내게는 인사동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술이 얼큰하게 취한 늦은 밤, 인사동길을 걷기라도 하면 수없이 많은 추억들이 길 위에 펼쳐진다. 골목길 곳곳에서 20대의 내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 선후배의 모습도 보인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리던 밤 어릴적 친구들과 낙원상가 아래 머릿고기집에서 어깨를 마주하고 소주잔을 부딪히던 우리들의 모습도 나타난다.

그리움이,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살아숨쉬는 곳, 인사동은 그렇게 ‘이별’이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