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차량 네비게이션과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진 풍경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중국에서 살았던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도시에 들어서는 초입에는 도로 위에 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손에 들고 있는 풍경은 익숙한 것이었다. 시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연유에서 저렇게 매일 나와 있는 것인지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외지에서 들어오는 차량들 중에 지리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받고 목적지까지 조수석에 타고 안내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밑천도 없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큰 자본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일인데다, 건설붐에 제조업체들의 성업으로 외지에서 들어오는 화물차량들이 많아 부지런하게만 하면 큰돈은 아니더라도 얼마간의 돈은 벌 수 있다고 했다.
사라진 풍경이다. 자본의 무한 경쟁이 만들어낸 가슴 아픈 풍경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는 있을까? 무엇도 약속을 해줄 수 없는 세상이고, 그것이 삶이라고 받아들여하는 어색한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