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휴가를 다녀오고, 또 다른 2주가 지났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기상 시간이 더 빨랐다. 많은 나이도 아닌데, 일찍 기상을 하게 된다고 하면 다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다고 한다. 마흔이란 나이가 벌써 아침잠이 없어지기 시작할 나이일까? 그렇다고 깊이 생각할 문제도 아니다. 자연스러운 일일테니까.
눈을 뜨니 햇살에 눈이 부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침대 사이드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던 아이폰을 꺼내들고 한컷 담아냈다. 이젠 전화기로 찍는 사진이 전혀 억지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졌다.
거실로 나와 물을 한잔 들이키고, 일찍 일어난 김에 이웃에 있는 작은 단골 식당에 나가 아침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자주 즐겨찾는 단골집이다. 집에서 걸어 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이 집의 치킨 와플과 라떼가 아주 맛이있다. 한적한 주택가에 뜬금없이 자리잡은 작고 이쁜 까페다. 그곳에 가면, 시간의 빠름 속에서도 잠시나마 느림을 허락해준다. 어쩌면 시간의 왜곡을 만들어낸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으러 나가면서 전화기로 찍은 사진을 열어보니, 점점 추워지는 뉴욕의 날씨는 햇살마저 얼려버리는 것일까?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날카롭게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벌써 12월이다.
문득 아침잠이 없어진 것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 올려본다.
왜 어릴때는 자고 자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그리도 힘들었을까?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혼자 방을 쓰면서 심야 라디오에 심취해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을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어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자고 싶어 애써 눈을 감고 잠을 더 청하려고 해도 6시면 침대에서 일어난다. 나라는 아이, 나이가 엄청 많이든 아이는 아니다. 그저 내게 오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라고 이야기를 해두는 편이 좋겠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이런 신체 리듬의 변화로 인해 느껴지는 것에 대한 불평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가 내리는 겨울 이른 아침의 풍경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준 변화고 그것이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 나이라는 것을 먹어가면서 신체적인 변화로 인해 조금씩 바뀌어져 가는 삶의 리듬이 부쩍 느껴지기도 하고, 그로 인해서 새롭게 얻어지는 일상들이 있다.
뭐랄까, 조금 더 정적이고 사색할 시간이 더 주어지는 리듬이라고 해야할까? 무언가를 예전보다 더 큰 어려움이 없이 긴 시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런 것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계절 속 하루 하루 변해가는 햇살 하나에도 눈이 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6시전에 일어나 거실에 앉아 버릇처럼 음악을 틀고, 지난 밤 현해탄을 건너 내게 전해졌을 업무 메일들을 확인하고 커피를 한잔 마셨다.
비가 내리는 거리를 본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 빨라지고 있어 모자라기만 한데, 느껴지고 보여지는 것은 더 많아진다. 잘못하면 이런 기분이 나를 아주 조급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나이를 먹는것도 준비가 필요한 셈이다.
그러니 애써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고 그 마음으로 새롭게 내게 다가올 마흔 이후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바라보고 껴앉는 준비도 필요한 셈이다. 너무 이르다고? 어떤 준비든 이를 것은 하나도 없고 생각한다. 더구나 단 한번만 살아낼 수 밖에 없는 내 삶이니까.
꽤 멋진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