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을때 A4의 이면지를 이런식으로 폭이 좁게 잘라놓는다. 일을 하다 집중이 되지않거나, 머리를 식히고 싶은데 딱히 딴짓을 할 것이 없을때는 이렇게 잘라놓은 종이뭉치와 펜을 꺼내어 시를 찾아 생각없이 적어 내려가고는 한다. 넓은 종이보다 폭이 좁은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갈때 집중력이 좋아진다. 보통은 시를 하나 무작위로 선택하고 써내려가는데, 그 주어진 종이의 공간 안에 선택한 시가 모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려면 너댓번은 반복을 해야 글씨의 크기와 간격등의 일정함을 유지하면서 알맞게 채울 수 있다.
나에게 있어 무언가를 필사하는 일은 여백을 메꾸는 일이면서, 동시에 여백을 배려하기도 하는 행위다. 잘쓰는 글씨가 아님에도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이러한 매력 때문이다.몇번을 같은 시를 써내려가다보면, 머릿속에 또 마음속에 흐트러져 있던 여백과 채워지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채우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정리된다.
흐트러진 글을 밖으로 써내고, 마음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