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오기전 2004년 처음으로 중국이란 곳으로 왔다. 이 큰 대륙의 복건성에 위치한 작은 도시 하문에서, 일도 삶도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내 삽십대의 처음을 내딛었다. 내 전공도 아니었고, 한국에서 해오던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고된 일도 많았고, 힘들었지만 이곳에서 지낸 4년이란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 많은 것을 남겨주었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시간이 되었다. 이젠 출장차 일년에 한두번 방문하는 곳이지만, 그때마다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이곳 저곳을 찾고는 한다.
어제는 예전에 종종 찾았던 동네를 가보았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자주 찾았던 까페가 아직 간판을 달고 있다. 까페에 슬쩍 들어서니 예전부터 일하던 종업원이 아직도 일을 하고 있었고, 나를 기억까지 하고 있어서 반갑게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전에 다시 한번 더 들리겠노라 약속을 하고는 좌판 술집이 모여있는 골목길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몇몇 식당이 그 명맥을 아직 유지하고 있었다. 작은 골목길 안,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이지만 낮은 테이블 가운데 무쇠철판이 놓인 이곳은 여전히 정겨웠다. 싸고 푸짐한 음식들을 무쇠판에 기름을 부어 지지고, 한병에 7원짜리 싸구려 이과두주를 주문해 마셨다.
바람이 골목길 안으로 불어오니 이런 천국이 없다. 또 시간이 지나면 이 곳도 사라지게 되겠지,라는 걱정을 그 바람에 담아 날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