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30분이면 지던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그래, 벌써 2월이 코 앞이지 않은가. 올 겨울은 그나마 동장군이라는 멋쩍은 타이틀을 잠깐이나마 드러내고, 지킬 수 있었던 겨울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렇게 잠시 고약했던 겨울이 조금씩 물러가고 있는 중이다. 오후 5시, 석양이 집안 곳곳에 들어서면 그 빛이 만들어주는 황홀한 퍼포먼스를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매일 볼 수 있지는 않지만, 석양이 들면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같은 빛을 만들어주는 곁지기들이다. 그렇게 천천히 걸으며, 집 안에 자리한 빛들을 하나라도 놓칠까 집안 곳곳을 기웃거린다. 토요일, 주말이 화려하게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