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조용한 일식당 한켠, 등을 의자에 기대고 조용히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그릇에 담긴 따끈한 맑은 버섯국이 내 앞에 놓였다. 잠시동안 미동이라고는 전혀없는 그 그릇을 마주하고 있으니, 이 깊고 적막한 공간은 마치 다른 중력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마저 들게했다. 그러고보니 이 공간에 들어서는 빛마저 조심스럽다. 마치 체를 통해 뿌려지듯 빛은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허락이 된 곳에만 내려앉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이 투명하고 가벼운 무명천이 하늘하늘 내려앉는 느낌이다. 내어쉬는 숨마저 조심스러워지고 절로 감기는 두 눈과는 달리, 귀는 더욱 밝아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