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좋아졌다,는 말은 어떤 정신적인 가치보다는, 생활 속에서의 편리함에 대한 의미가 더욱 짙다는 것을 안다. 짝궁과 내 경우도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다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다보니 휴가를 가더라도 오전 시간과 늦은 밤 시간에 두어시간 정도 짬을 내어 업무를 보며, “정말 세상 참 좋아졌어”라는 말을 매번 하고는 한다.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세상 일하기 참 편리해졌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대학시절 수강신청만 생각을 해봐도, 그때는 발품을 먼저 부지런하게 파는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먼저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일찍 일어나는 새가 누릴 수 있는 것이 그래도 많았던 세상이었던 거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의 많은 편리함이 부지런한 이들에게 좀 더 나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기와 더 빠른 인터넷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이, 부지런한 이들보다 더 기회를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속도와 정보가 모든 것이 되어가는 세상이고, 그 속도와 정보는 부지런함이 아니라, 돈으로 선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상 참 좋아졌네,라는 말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고는 한참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결국 이런 문제들에 대해 무엇도 하지 않는다면, 불합리함이나 불평등에 대한 인지는 사라지고, 개인에게 주어진 환경에 그저 감사한 일이 될 뿐이라는, 개운하지 않은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업무를 봤다.
세상에 대한 부채는 점점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