集美, 厦门 (2005)

출근 시간에 공단에 들어서면 아침을 파는 노점들과 출근자들, 자전거와 오토바이 그리고 회사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있어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그저 ‘혼란’ 그 자체로 보이는 풍경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 풍경에 익숙해지게 되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그 속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이들 그 누구도 급하게 들이키거나 씹어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도 차도 많아서 혼란스럽게 보일 뿐이지, 실상 그 속의 그들은 각자 느긋하다. 천천히 정성스럽게 식사를 한다.

아침 출근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공장 주변에 가득 들어차 있던 노점들이 발빠르게 퇴근을 한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중때 먹었던 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들 노점에는 대부분 그 꽈배기(유티아오)와 비닐 봉지에 두유를 담아 파는 이들이다. 물론 간단하게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다른 음식들도 있다.

아침 시간, 이 극성을 떨고나면 이들은 퇴근을 하고 오후 장사를 준비하러 간다. 보통 공장들은 오후 4시 30분에서 5시까지 휴식 시간을 갖으면서 간식을 먹고 이때 저녁 근무 교대자들이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낮 근무자들이 퇴근을 하니 저녁식사 시간과도 겹쳐서 아침 출근 시간때 보다 더욱 붐비는 시간이 된다.

사진에 담은 오래되고 낡은 리어카 안에는 기름때가 잔뜩 끼어있는 쇠가마와 가스버너 등이 실려있다. 사실 청소는 제대로 하냐는 질문 따위는 무색해지는 비쥬얼이다. 이런 리어카 노점들이 가득했던 공단 안에도 언제부턴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꽈배기와 두유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이쁘게 디자인이 된 반짝이는 소형 트럭과 화려한 플랭카드를 달고 멋지고 깔끔하게 포장이 된 포장지에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아침을 팔면서 이들처럼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오래된 리어카 노점들은 경쟁속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세상은 무섭다. 돈이 되어 보이는 곳에는, 염치불구하고 큰 자본들이 무섭게 밀고 들어온다. 리어커 노점으로 꽈배기를 튀겨 팔며 근근히 먹고 살던 이들에게도 자비란 없는 셈이다.

거대한 변화 속에서 어떤 이들은 큰 부를 얻었고, 어떤 이들은 그냥 잘 살아냈고, 어떤 이들은 그 경쟁의 파도 속에 휩쓸려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다.

오후 장사를 위해 리어카를 끌고 가던 저 남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저 그 큰 변화 속에서 휩쓸려 사라진 사람이 아닌, 그저 잘 살아낸 사람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기억>이란 주제로 2005년에서 2007년 초반까지 중국에서 촬영이 된 사진들은 모두 패닝 기법으로 작업이 되었습니다. 패닝은 일반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생동감 있게 촬영을 하는 기법으로 스포츠 경기 촬영에서 자주 사용이 되는 기법인데, 이 주제 촬영에서는 피사체도, 촬영자인 본인도 같이 쌍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당시 개인적인 시간을 내어 사진 작업을 따로 할 시간이 여의치 않아 중국에서 사는 동안, 출퇴근 차량에서 차창문을 통해 수년간 진행한 작업이었습니다. 본 작업의 사진은 Sony DSC T 시리즈로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