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 A Moment, Beyond the Story

커피

Jersey City 2025 / Leica M11 / Summilux 35mm f/1.4

중국에서 일하던 시절까지만 해도 그저 누가 믹스 커피 한 잔 건네어주면 마시는 정도였지, 커피를 꼭 마셔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다 미국으로 오게 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Blue Bottle이 갓 시작하고 있던 초창기 시절 그들의 커피를 우연히 마셔보고 ‘아…이런게 커피구나’ 했었다.

그 시점부터 내 취향에 맞는 제대로 된 커피를 찾는 것에 관심이 생겼고, 수없이 많은 스페셜티 커피들을 찾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 스스로 편하게 내려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었고, 바리스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커피를 내리는데 사용하는 물까지 신경을 쓰고 나름의 레시피도 만들며 지난 10여년 나름 커피 마시는 일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왔다.

사실 미국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은 짝꿍의 영향이 컸다. 꼭 커피를 마셔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짝꿍 때문에 매일 아침에 식사를 하며 커피를 한 잔씩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짝꿍의 역류성 식도염 증세가 생기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있어 커피를 끊기로 하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짝꿍을 앞에 두고 나 혼자 커피를 마시는 것도 못할 짓인 것 같아 자연스럽게 함께 마시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된 지 8개월이 넘었고, 이제 짝꿍은 커피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여, 나는 아주 가끔 생각이 날 때 커피를 한 잔씩 마시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있다.

혼자 가끔 마시는 커피라, 간혹 아침 식사를 외부에서 주문하게 되면, 그때 커피도 함께 주문해서 마시고 있는데, 당연히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향이 좋은, 정성스레 갓 내린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일은, 어쩌면 그 과정이 있어서 더욱 진하고 향기롭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 좋아하던 곳의 커피콩을 주문했다. 가끔이라도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리자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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