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Korea 2025 / Leica M11 / Summilux 35mm f/1.4
그의 팬들은 당연하겠지만, 짐작컨데 누군가는 그저 우연히 지나다 들었을 그의 음악을 통해 삶의 크고 작은 위로와 위안을 받은 경험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의 음악을 꽤 오랜시간 곁에 두고 들어왔기에 그 은혜(?)를 입은 사람 중에 하나임을 자처한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누군가의 초상을 개인 공간에 두는 것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데, 류이치 사카모토만큼은 예외가 되었다. 서울에 집을 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방에 두고 싶은 그의 포트레이트 포스터를 주문하는 일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암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팬들은 어느날 갑자기 그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준비 아닌 준비를 그의 투병 기간만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2023년 3월, 그의 죽음은 현실이 되었다.
그의 팬들은 그를 닮아 있던 것일까. 그를 애도하는 분위기는 아주 고요하고 차가운 호수 위에 살짝 닿은 첫 봄바람처럼 구석구석 닿지 않은 곳 없이 고루 퍼져, 넘치지지도 모자람도 없이 소식을 나누고 능숙하고 차분하며 조용하게 그를 기억하게 했다.
난 지금도 여전히 그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마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고, 그저 음악과 스크린을 통해서만 그를 만나왔기 때문에 내 현실 속에서는 몇 해 전 은퇴하여 그저 활동이 뜸해진 아티스트처럼 느껴질 뿐이다.
앞 가르마를 한 백발의 중년, 마냥 사람 좋은 조용한 웃음을 지으며 단아하고 정갈한 차림에 잔잔한 몸짓을 가지고 있던 사람. 컬러보단 흑백 사진 같았던 사람. 그런 이미지를 똑 그대로 닮아 있는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가 누르는 건반의 음표 위에서 조용히 읊조리는 사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고는 했다.
건반으로 노래하는 사람, 나는 그와 그의 음악을 그렇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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