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스스로 낼 수 없다. 나를 소유한 그 누군가가,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맞춰놓고 내 목청을 두드리면 그대로 소리를 낼 뿐이다. 나는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 누군가가 설정한 의도에 맞는 소리만을 내놓는다. 그 누군가의 의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혹 잘못 된 것이어도, 난 단 한번도 반항을 하지도, 다른 소리를 내보려고 한 적이 없다. 아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이는 한 구석에 놓인 나를 우두커니 바라보며 버러지 같은 인생이라고도 한다.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고 버러지가 되버리는 인생이지만, 나는 나를 위해 어떤 변명도 하지 못한다.
나의 소리는, 나의 말은, 나의 읊조림은 그저 나를 연주하는 누군가의 의도가 되고, 그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고, 그 누군가의 삶이 된다.
그러나 그 안에 ‘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