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에 찾아갔던 식당은 유난히도 한산했다. 테이블을 안내하던 키가 유달리 컸던 직원의 발걸음도, 메뉴를 건네던 손도 마치 시간의 저항이라도 받는 것은 아닌지 싶었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건너편 멀리 홀로 여행을 하는 듯 보이는 남성이 느릿하게 시선에 들어왔다.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남성의 시선도 더없이 한산했고, 그 앞에 놓인 샹그리아는 줄어들지 않고 더는 빠르게 흐르지 않을 것 같은 한산한 시간 속에 그저 놓여만 있었다. 시간도 소리도 냄새도 모두 멈춰버린 것 같았던 순간. 나의 시간만 흐르던 기억, 사진기를 뒤적이다 그 순간을 본다.
– 2018년 9월 바로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