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 A Moment, Beyond the Story

포장마차

2001~2002 대학로, 서울 / Canon A-1, FD 85mm f/1.2 L

예전에는 해가 지면 서울 곳곳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것이 포장마차가 아니었을까?

늦은 새벽이면 포장마차 앞에선 한잔만 더 하자고 친구의 옷자락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정겨운 중년들의 풍경은 일상다반사였다.

그 정겨운 투정들을 비집고 포장마차로 들어서면 똥집과 고추장 아나고 구이, 그리고 오돌뼈는 내 포장마차 최애 안주였다. 국수도 팔고 우동도 팔고, 심지어 소주 잔 술도 팔았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들, 그리고 손님들의 북적한 소리에 묻혀 배경처럼 멀리서 들리던 심야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그리운 소리가 되어버렸다.

서로의 사연과 이야기들이 가득한 포장마차 속에서 술을 마시다 갑작스레 비나 눈이라도 오면 그 운치는 세상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고, 사람들은 내리는 비와 눈 만큼 모두 더 취해갔다.

한국의 판타지는 어쩌면 포장마차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워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존재하고 있던 오래전 일상의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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