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 A Moment, Beyond the Story

떨어져 나가다

Seoul, Korea 2026  / Leica M11 / Summilux 35mm f/1.4

중국 하문(Xiamen, 厦门, 샤먼)을 방문한 4월, 그곳에서 열흘 정도의 시간을 보내다가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아주 오랫동안 늘 제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관계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가 버린 느낌을 마주하게 되었었다.

뭐랄까, 끊어진 것이 아니라…떨어져 나간 느낌은 꽤나 낯선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로인한 감정의 어떤 반작용이나 반감 같은 것은 있지 않았다.

당시 난 필요한 업무를 모두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1층 건물 현관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법인장 사무실이 있던 3층에서 나와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서 ‘아… 이 계단 통로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 이제 이 계단을 걷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했다.

바로 그 순간이, 내 어딘가에 힘겹게 간신히 붙어 있던 아주 오래 된 무언가가 툭…하고 그 계단 아래로 떨어져 나간 느낌이 들었다.

걸음을 멈추고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대로 이 건물을 나갈 수가 없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멍한 느낌으로 발걸음을 옮겨 5층 옥상으로 올라가 휴식 공간에 놓여진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담배를 태웠다.

지금부터 여기서 내가 바라보는 것들은 다시 내 시선에 담아낼 수 없고, 지금부터 내 발이 내딛게 될 곳은 앞으로 다시는 디딜 수 없는 마지막 디딤이 될 것이다.

담배를 다 태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감고 잠시 길게 심호흡을 했다. 그곳 특유의 냄새가 느껴져서 다행이었다. 그리고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계단을 걸어 내려왔고 1층에 대기 중이던 차에 올라 타고 오랫동안 연을 맺었던 곳과 그렇게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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