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 A Moment, Beyond the Story

봉우리, 김민기

Seoul, Korea 2026  / Leica M11 / Summilux 35mm f/1.4

대학 시절 운동권 무리들의 틈바구니에 있다보면 그의 노래는 술자리 여기저기서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비장함을 망토처럼 두른 채 목에 핏대를 세우던 선배들의 입을 통해 종종 그의 노래가 불렸고, 나는 김민기의 노래를 그의 육성이 아니라 그렇게 술자리에서 선배들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취기 가득한 이들의 여러 입을 통해 마치 주인 없이 떠도는 노래처럼 들어왔으니 참으로 기구하다 싶기도 했다.

사실 난 운동권에서 불리우던 민중가요들에 이렇다할 감흥이 없었다. 90년대 들어서서 민중가요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뭐랄까 늘 군가 같기도 하고 너무 비장한 느낌에 밑도 끝도 없는 행진곡 같아서 싫었다. 그런데 간혹 나와 비슷한 감수성을 가진 선배들이 술자리 끝무렵 조용히 부르던 김민기의 노래는 달랐다. 막걸리 집 방바닥에 앉아 듣고 있으면 식당 어딘가에서 들리던 귀뚜라미 소리와도 그렇게 잘 어울렸고, 노랫말을 따라 먼산을 바라보는 시선들과 담배를 태우며 들고 나는 숨의 속도와도 너무 편히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시절 우연히 맥주 한잔하러 찾아간 고향 인천의 한 엘피바―지금은 30년 단골이 된 곳이다―에서 처음으로 김민기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게 되었는데, 그 노래가 <봉우리>였다.

늘 취중에서 불리던 그의 노래들. 가사도 정확하지 않았을 테고, 음정도 제각각 떠돌았을 노래들. 그렇게 들어왔던 그의 노래를, 그의 목소리를 그날 처음 제대로 된 음향 시스템을 통해 그가 정식으로 70년대에 발매한 초반 앨범으로 듣게 된 것이다.

그날 엘피바에 가득하게 들어찬 김민기의 그 무겁고 중후한 목소리, 그리고 너무도 차분하게 불러내던 그의 노래가 내 오금을 저릿저릿하게 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사장 형님께 양해를 구하며 <봉우리>만 십여차례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민기의 <봉우리>는 여전히 나를 위로하고 안아 주는 노래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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