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평촌역사 2003 / Canon A-1
한국에서 개발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안양에 파견 근무를 나가 오랫동안 그 곳에서 일을 했다. 그때 파견지 회사의 부장님도 사진을 좋아하셔서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함께 클럽 활동도 하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 사진 속의 남성이 그 부장님이고, 건너편 플랫폼의 여성은 개발팀 막내 사원이다. 긴 하루를 끝내고 셋이서 맥주 한 잔하고 지하철을 기다리다 우연히 담은 순간이다. 22년 전 사진이니 까마득한 순간이지만, 저 순간의 기억은 생생하다. 가는 방향이 달라 서로 건너편에서 막차를 기다리며 텅빈 평촌역 플랫폼에 서서 서로 깔깔거리며 웃던 순간이었다.
마지막 서로의 소식을 들은 것이, 개발팀의 막내 여성 후배는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왔다며 연락이 왔었고,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어 부부 동반으로 식사 한번 하자고 하고서는 그 후로 바쁘게 지내다보니 연락이 끊겼다.
부장님은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22년이라는 시간 자체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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