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 A Moment, Beyond the Story

잠시 멈춰버린

Seoul, Korea 2025 / Leica M11 / Summilux 35mm f/1.4

미국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오면, 얼마간 적응이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실내의 밝기다. 미국 집들은 화장실이나 부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명 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거실이나 각 방에는 크고 작은 램프들을 설치해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밝다’는 느낌보다는 ‘어둡다’에 더 가까운 조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그렇게 살다가 한국에 도착하면, 공항에서부터 거리까지 모든 것이 엄청 밝게 느껴진다. 말 그대로 눈이 부시다. 그렇다 보니 눈도 마음도 확 트이는 시원한 느낌이 들어 좋기는 한데, 집에 도착해 거실의 불을 모두 켜 놓고 앉아 있으면 어쩐지 모든 걸 환하게 드러내 놓고 있는 것 같아 산만하기도 하고, 살짝 어색하기도 하다.

그래서 종종 거실 불을 꺼 두고 램프들만 켜 두고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 순간 잠시 세상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살아가는 시간들도 그런 것 같다. 무언가에 휩쓸리듯 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곳저곳 거리를 빠르게 걷다 보면 정작 나를 마주하고 돌아보며 생각하는, 잠시라도 어둑하고 고요한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이럴 때 잠시 내 일상에서 불을 꺼 두고 그 속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하자고 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고, 또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 속에서 의미 없이 혹은 함부로 내뱉었던 말들을 복기하며 반성도 하고, 모자람을 콕 집어 빼었다가 더하는 일을 반복한다.

아마도 그런 시간이 더욱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uesdaymoon Ava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