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sey City 2025 / Leica M11 / Summilux 35mm f/1.4
결혼을 하고 부평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당시 난 안양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고, 짝꿍은 회사가 삼성역에 위치하고 있어 강남까지 출근을 해야했다. 둘 모두 편도 2시간, 출퇴근 시간에만 하루 4시간을 사용하는 소모적인 일상을 견뎌내야만 했다.
요즈음은 탄력 출근제도 있고 해서 정확히 어떤지 모르곘지만, 그때는 회사들이 보통 8시 출근이었다. 그러니 늦어도 새벽 5시 30분에는 일어나 최소한 6시에는 집에서 나가야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부평역에 내려 지하철 역사로 들어서면 엄청난 인파에 몸을 구기듯 밀치고 밀리며 간신히 지하철 안에 들어가 운이 좋으면 자리를 잡고 졸면서 갈 수 있었다. 그나마 또 신도림에서 내려 2호선 환승을 하러 가는 사투를 다시 벌여야 했다. 그렇게 2호선에 또 어떻게든 올라타면 바로 꾸벅꾸벅 졸다 나는 4호선 환승을 위해 다시 사당에서 하차를 하고 평촌까지 가야했고, 짝꿍은 그대로 더 가서 삼성역에서 하차를 했다. 이 전투 같은 출근길을 어떻게 매일 감당하며 살았는지 지금은 기억도 가물하다.
내 퇴근 루트의 경우 평촌역에서 4호선을 타고 금정역에 내려서 1호선으로 환승을 하고 구로에 내려 다시 인천으로 가는 전철로 갈아타서 부평역까지 가는 루트였고, 짝꿍의 경우는 삼성역에서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하차하여 1호선으로 환승하는 경로인데, 퇴근 길에 시간이 서로 맞으면 구로역에서 만나 집으로 함께 가고는 했다.
그렇게 멀고 긴 하루의 여정은 부평역 지하상가를 통해 한참을 걸어 다시 이용해야 했던 마을버스가 아파트 앞에 도착을 하며 마무리가 된다. 아파트 앞 정류장에 내려 발을 딛으면 뭐랄까 짧은 탄식과 같은 한숨이 세어 나오고는 했다.
그래도 그 일상이 가혹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간혹 칼 퇴근을 하게 되어 아파트 앞에 도착한 저녁 시간이 살짝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짝꿍과 함께 아파트 상가 술집에 들어가 소주 한 잔하고 집에 들어가던 기억이 지금도 따뜻하게 남아있다.
액자 속의 사진은 그렇게 퇴근 길 구로역에서 만났던 어느 저녁날의 풍경이다. 구로역에 도착해서 인천 방향 전철이 들어오는 플랫폼으로 내려가려는데 계단 중간에 미리 도착해서 책을 읽고 있던 짝꿍이 보여 촬영을 했다. 그때가 2004년이니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이다.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 한국에 방문하면 구로역에서 인천행 1호선을 타고, 또 마을버스를 타고 부평집으로 향하던, 그 퇴근길을 그대로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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